"보라 내가 땅을 본즉 혼돈하고 공허하며 하늘에는 빛이 없으며 내가 산들을 본즉 다 진동하며 작은 산들도 요동하며 내가 본즉 사람이 없으며 공중의 새가 다 날아갔으며 보라 내가 본즉 좋은 땅이 황무지가 되었으며 그 모든 성읍이 여호와의 앞 그의 맹렬한 진노 앞에 무너졌으니" (예레미야 4:23-26)
하나님의 창조는 혼돈 (Chaos) 가운데 질서를, 어둠 가운데 빛을 주신 사건이었습니다. 선지자의 눈에 비친 패역한 유다의 상황은 마치 창조 이전의 혼돈과 공허 또 어둠과 같았습니다. 질서로 채워져서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던 그 세상은 온데 간데 없고, 인간이 초래한 무질서 즉 혼돈이 다시 채워진 세상, 원래는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었는데, 유다의 범죄로 저주를 받은 땅, 황무지를 보면서 예레미야는 탄식하고 있습니다.
본래적 아름다움을 잃은 것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도 본래 모습을 잃고 아픔 가운데 있습니다. 예수님은 자기 몸을 버리시면서, 인간의 연약함과 악함이 감추어지고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곳을 상상하셨을 것입니다. 가르치고 전파하고 치유하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를 주님은 꿈꾸고 계셨을 것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도 그렇지요. 하나님이 처음 지으신 아담이란 사람은 충직한 청지기로서 하나님의 선하신 창조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존재였지만, 타락 이후 인간은 죄 짓는 존재로 전락합니다. 동생을 질투하여 때려 죽이는 존재, 하늘에 닿고 자기 이름을 온 세상에 내기 원하는 교만한 존재, 인간안에 두신 하나님의 형상과 그분의 숨결은 빛 바랜 사진처럼 먼지 낀 액자에 단지 모셔져 있을 뿐입니다.
아마 그래서 하나님께서 포기 못하시는가 봅니다. 창조 직후에 보시기에 좋았던 그 세상을 하나님은 여전히 기억하시기 때문에.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의 참 모습을 알고 계시기 때문에. 사도행전이 증거하는 참 교회의 모습이 여전히 그분의 눈에 어른 거리기 때문에.
다시 혼돈과 공허, 어둠이 가득한 세상이 되어 버렸지만,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모든 사람이 다시 주님 앞에 돌아올 때까지, 모든 교회가 하나님의 거룩한 소유로 거듭날 때까지, 주님은 쉬지 않으십니다. 우리도 포기하면 안 됩니다. 하나님의 교회, 모든 사람, 세상을 하나님의 마음으로 끝까지 사랑하는 것, 주님께서 우리에게 기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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