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을 이루는 삶
- 황선웅 (Isaac)
- Apr 19, 2023
- 2 min read
Updated: Mar 28, 2024
지난 월요일(4/10) 켄터키주 루이빌의 은행에서 또 한 차례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다. 내쉬빌의 커버넌트 스쿨에서 있었던 총격으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또 다른 총격 사건이었다. 뉴스를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은 (솔직히 말하면) ‘그래도 학교는 아니구나… ’ 였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다.
범인은 그 은행의 직원이었다. 해고 통보에 앙심을 품고 상사/동료들에게 벌인 복수극이었다. 범인을 포함한 6명이 사망했고, 9명이 부상을 당했다. 부상자 명단에 경찰관 한 명도 이름을 올렸다. 26세의 니콜라스 윌트 경관으로 경찰학교를 졸업한 지 11일 된 신참이었다. 머리에 총을 맞고 위중한 상태이지만, 안정적인 상태에 있다고 전해졌다.

Nicholas Wilt, LMPD
사진 출처: 워싱턴 포스트
루이빌 경찰서는 윌트와 그의 수퍼바이저 경관의 바디캠 비디오를 공개했다. 순찰차가 은행 건물을 향해 가자, 일대를 뒤덮은 사이렌 소리와 함께 여러 차례 총성이 들린다. 둘은 차분히 차에서 내려 잰걸음으로 은행 건물을 향해 간다. 건물의 바깥 계단을 오르고, 윌트 경관이 총에 맞아 쓰러진다. 그의 수퍼바이저도 범인의 갑작스런 공격에 땅에 주저앉고 후퇴하지만, 다시 일어서서 범인을 사살한다. 루이빌 경찰서 부서장(deputy chief) 폴 험프리는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What you saw in that video… was absolutely amazing. It’s tragic, but it’s absolutely amazing. There’s only a few people in this country that can do what they did.”
“영상에서 보신 것은 정말 놀라운 장면입니다. 비극적인 일입니다만,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이 나라를 통틀어도 저들이 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밖에 없을 것입니다.”
총을 든 채 은행 건물을 향해 가면서 윌트 경관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소총으로 무장한 범인을 권총으로 맞서는 것이 두렵지 않았을까.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진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이기고 자기 소명의 자리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단언컨대 우리 사회에 아직 희망이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사람들 때문이다.
몇 년 전 인크루트에서 실시한 직업만족도에 관한 설문 결과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경찰, 소방공무원이 당당하게 직업만족도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경찰… 소방관… 위험한 현장을 뛰어다니며, 박봉과 열악한 처우를 견디는 이들이 아니었던가. 작은 실수가 있을 때마다 경찰이나 소방 전체가 똑같은 이들인냥 매도당하고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이들 아니었던가. 이 직종들이 직업만족도 1위를 차지한 비결은 무엇일까. 소명감이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와 사회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일이고, 돈이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돕고 섬기는 마음으로 감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윤동주의 시 “십자가”가 생각난다.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예수님도 이 잔이 지나가게 해달라고 간청하셨다. 하지만 부르심의 자리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셨다. 윤동주가 노래했듯 소명을 감당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부르심을 이루는 자리에는 세상이 알지 못하는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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