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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picture황선웅 (Isaac)

목회의 본질적 기능을 넘어서

Youth(중고등부)를 맡아 사역한지 3년째 되던 여름이었다. 교회 밴을 운전하고 가던 중에 학생 한 명이 물었었다. “Do you like being a pastor?” 목회하는 것이 좋은가요? 라는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런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난다. “힘들때도 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목회자는 운전기사도 될 수 있고, 연설가, 작가, 교사, 행정가, 수리공, 가수, 사진가 역할도 겸하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상담가, 작명가, 청소부, 웹사이트 관리자, 행사 연출/진행, 보육교사, 건물 관리인, 이야기 꾼 등의 역할도 한다. 그야말로 종합 엔터테이너 역할에다 행정력도 발휘해야 하고, 본질적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영적인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올해는 온라인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하기로 했다. 저런 옷을 아마존에서 사 입고, 기상 캐스터들이나 서는 크로마키 화면 앞에서 저런 비디오를 찍었다. 안 그래도 역할이 많은데 유튜버 역할도 목회자의 기능에 들어가는 시대가 된 셈이다 (이런 변화는 분명 어느 시점에 이미 시작되어 있었고, 코로나 사태를 이를 가속화했을 뿐이다).


모세오경을 다시 읽으면서 제사장이나 레위인들의 역할을 눈 여겨 보게 되었다. 그들의 본질적 기능은 성전에서 봉사하고 예배를 돕는 일이었다. 레위기가 말씀하는 여러 제의의 수행이라든지, 민수기가 말씀하는 성막의 이동과 관련된 그들의 역할이라든지, 제사장 신분을 가진 이들이 수행하는 본질적 영역에 해당하는 종교적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역할은 종교적 역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부정한 피부병에 대해 다루는 레위기 13장은 제사장을 마치 공중보건의처럼 취급한다. 각종 피부병의 진찰, 진단, 처방, 및 후속절차까지 모두 제사장이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레위기 27장은 제사장이 서원예물의 값을 매기도록 규정한다. 세상에나. 감정사(appraiser)의 역할이다. 제사장이 값을 매겨야 하는 것들은 사람에서부터, 가축, 집, 토지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했다. 그런가하면 신명기 17장은 까다로운 소송 사건들을 제사장에게로 가져가도록 규정한다. 지역에서 판별하기 어려운 것들은 예루살렘에 있는 제사장과 재판관들에게 보내라고 말씀하신다.


영적인 기능은 목회의 본질이지만, 그 한 가지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처럼 들린다. 물론 말씀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과 올바른 예배를 통해 성도들을 하나님의 임재의 장에 세우는 것이 목회자의 주된 임무임에는 틀림 없지만, 영/혼/육이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사람들의 영/혼/육과 관련된 제반의 일에 관심을 갖고 수련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말씀이리라. 시사에도 밝아야 하고, 경제, 정치, 문화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상황을 이해하고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분별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나누는 일 또한 목회자의 임무라는 생각이 든다.


10년이나 20년 뒤에 2020 Virtual VBS Promo 영상을 다시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게될까. “흑역사"라고 생각하면서 부끄러워 할까. 아닐 것 같다. ‘2020년에는 저런 것을 하면서 재미나게 목회했었구나. 감사하다.’ 생각할 것 같다. 지금 양떼들이 당하는 고통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맞춤 사역을 감당하는 것이 내게 주신 소명이라는 것을 다시 되새길 것 같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더욱 감사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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