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뛰기 가능]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박사는 각각의 지역에서 인류발전이 다른 속도로 진행되었는지 조사하고, 환경적 차이에 따른 영향이었다고 결론 내린다. 한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태생적으로 더 우수해서 그런 차이가 생긴 것이 아니라, 땅의 생산력 차이, 동식물 환경의 차이 등이 지금의 불평등한 세상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중 한 예는 각 지역에 서식했던 동물군의 차이이다. 인류는 기원전 10,000년부터 야생동물을 가축화 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가축화 가능했던 후보종들의 숫자 차이가 각 지역의 발전 속도 차이에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면, 스페인 제국주의자들이 처음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과 마주쳤을 때이다. 피사로가 이끄는 스페인 부대는 말을 탄 기병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아메리카 대륙에는 그때까지만 해도 말이 없었다 [1]. 결과적으로 기병대의 보유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엄청난 수적 열세를 극복하는 열쇠가 되었다. 또한 가축화 과정에서 동물의 세균이 인간에게 전염되었고, 가축화에 먼저 성공한 이들은 (초반에는 사망자들이 있었지만) 결국 동물이 가졌던 균에 면역력을 갖게 되었다. 이는 이후 피정복민들이 정복자와 그들의 동물들 및 경험해 본적 없는 세균들과도 싸워야 했음을 의미한다.
Painting of herdsmen and cattle, Tassili-n-Ajjer, Algeria.Jean-Dominique Lajoux
각설하고, 그렇다면 인류는 왜 어떤 동물들은 가축화하지 못했는가 아니면 가축화 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는가? (260-268)
식성: 어떤 동물들은 먹이를 너무 많이 먹는다. 가축화의 이점보다 유지비가 더 많이 드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인간은 육식동물을 하나도 가축화하지 않았다 (참고로 개는 잡식성이다).
성장속도: 빨리 성장하는 동물이라야 사육할 가치가 있다. 고릴라나 코끼리는 다 자라는데 15년이 걸린다. 아무리 고기를 많이 얻을 수 있어도, 투자대비효율이 낮다.
감금상태에 대한 적응도: 어떤 동물들은 번식과 교미에 있어서 야생 상태에서만 가능한 복잡한 구애 과정을 거친다. 이런 동물들은 감금상태로 인간 가까이에 두면 번식하지 않는다.
골치 아픈 성격: 회색곰이 대표적 예이다. 곰은 주로 초식성이고 다양한 식물을 잘 먹으며, 비교적 빨리 자란다 (가축화의 조건들을 두루 갖췄다). 하지만 다 자라서도 사람 말을 잘 듣는 얌전한 곰은 없다. 그래서 일본의 아이누족은 회색곰을 새끼 때까지 기르다가 한 살가량 되었을 때는 반드시 잡아 먹었다. 아프리카 얼룩말도 마찬가지이다. 왜 다른 말들과 달리 아프리카에서는 가축화 된 얼룩말을 볼 수 없는가? 얼룩말은 사람을 물고 놓아주지 않는 버릇이 있다. 미국의 동물원에서는 매년 호랑이보다 얼룩말에 의한 부상이 더 많다고 한다.
겁먹는 버릇: 신경이 예민한 종들은 감금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가둬놓으면 지레 겁을 먹고 그 충격으로 죽거나 울타리를 마구 들이받다가 죽는다.
사회적 구조: 가축화 된 대형 포유류의 야생 조상들은 거의 대부분이 사회적 특정을 가진 동물들이었다. 무리를 이루어 사는 일에 익숙하기 때문에 큰 무리를 함께 기를 수 있고, 구성원들 사이 위계질서가 발달되어 있어서 인간이 그 질서에 편입되면 인간도 잘 따른다. 양치기나 목양견을 따르는 양들이 그 예이다.
저자는 가축화의 조건을 이야기하면서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구절을 인용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요점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구성하는 데 다양한 요소들이 모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 가지라도 어긋난다면 나머지 요소들이 모두 들어 맞더라도 실패한 결혼이 되기 십상이다 [2].
제자의 자격은 어떠한가? 비빔밥을 떠 올려보라. 야채가 다 맛이 있어도, 고추장 양념이 맛이 없으면 실패한 비빔밥이다. 호박이 상태가 안 좋은 것이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모든 요소가 골고루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내가 제자로서 가진 장점을 극대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명적 약점을 먼저 고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태그: 제자도, 제자, 제자훈련, 양육, 제자의 자격
[1] Indian-Country-Today 의 기사는 다이아몬드의 입장과 다르게 1492년 정복자들 이전부터 아메리카 대륙에 말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 244쪽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문학사상, 스페셜 에디션 (2005년 개정증보판 2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