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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8차 수퍼볼 결승전을 보면서 마음을 굳혔습니다. 저는 그 날부로 샌프란시스코 49ers 의 팬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캔사스시티 치프스를 좋아했었습니다. 팀보다 Andy Reid 라는 감독을 좋아했었습니다. 좋은 팀을 만드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막대한 돈을 퍼부어서 어벤져스 같은 팀을 만드는 게 첫 번째 방법입니다. 축구(soccer)를 좋아하는 분들은 맨체스터 시티를 떠올리실 것이고,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은 LA 다저스를 떠올리실 겁니다. 자연히 이런 팀들은 감독이 누구인지 보다 그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나 구단주를 생각하게 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좋은 감독을 데려와서 오랜 시간 그 사람이 팀을 재건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야구에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대표적인 팀이고, 풋볼에서는 치프스가 바로 그런 팀입니다. 앤디 리드 감독은 2013년부터 10년 이상 팀을 이끌면서 완전히 새로운 팀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2020년에 그 노력이 결실해서 수퍼볼을 거머쥐었습니다(1969년 이후 51년만의 우승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뉴잉글랜드 왕조를 이어 치프스 왕조가 시작되었습니다. 2020년, 2023년, 2024년에 연달아 우승했습니다(2021년도에도 수퍼볼에 진출했습니다). 제가 응원했던 감독이었지만 자꾸 나오고 자꾸 이기니까 음… 좀 싫어지더군요. 



그러다가 지난 수퍼볼 게임을 보고 브락 퍼디(Brock Purdy)라는 쿼터백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퍼디는 2022년 NFL 드래프트에서 262번째로 선택되었습니다. 네, 그해 드래프트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선택된 선수였고, Mr. Irrelevant (무관련씨)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NFL 무대를 밟은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그가 49ers 에서 실제 경기에 투입될 확률은 극히 적었습니다. 그러다가 2선발 쿼터백이었던 트레이 랜스가 부상을 당하고 1선발 쿼터백이었던 지미 가로폴로 마저 부상을 당한 뒤, 입단한 그해 퍼디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특유의 끈기와 노력으로 당당하게 선발 자리를 꿰찼습니다. 2023년 시즌은 주전 선발로 시작했으며 49ers 가 결승 무대를 밟는 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사실 퍼디에게는 기회가 빨리 찾아온 편입니다. 어쨌든 입단 첫해부터 기회가 생겼으니까요. 럭키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문제는 기회가 찾아온 뒤에 발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NFL의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쿼터백 역할을 맡으면서 그는 끈기와 노력으로 동료 선수들의 신뢰를 받았다고 합니다. 2024-25 새로운 시즌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우리 삶에도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점을 기억합니다. 지금은 내가 저평가 되어있을지 몰라도, 지금은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기간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충실히 쌓는 하루하루가 반드시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날이 옵니다. Sooner or later 반드시 옵니다. 그 날을 기다리면서 오늘의 충실한 발걸음을 쌓아가길 소망합니다.

십자가를 이마와 손등에 새김으로 우리의 사순절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순절은 우리의 영적 지방을 덜어내는 기간입니다. 우리의 마음과 삶 속에 주님이 임하실 공간을 만드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덜어내는 그 자리에 하나님께서 풍성한 은혜로 채우실 줄 믿습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뜻깊은 사순절을 보내기 위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1. 미디어 금식: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을 사순절 기간 동안 혹은 일주일에 며칠 절제해 보세요. 애플 OS는 Screen Time 이라는 설정 내 메뉴를 통해 사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지난 한 주간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유튜브이고 총 7시간 48분을 사용했네요(저도 이 숫자에 깜짝 놀랐습니다). 매일 하루에 1시간 10분 정도를 봤다는 얘기입니다. 페이스북 앱과 인스타그램 앱은 사순절 동안 지워서 통계에 빠져 있네요… 성경 앱은 지난 한 주간 1시간 43분 사용했습니다.

  2. 금식: 감리교 운동을 시작한 존 웨슬리는 일주일에 이틀, 수요일과 금요일에 금식했습니다. 금식은 가장 오래된 영성훈련법 중 하나이며 다른 여러 종교와 전통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꼭 하루 세 끼를 다 할 필요는 없습니다. 캔디를 끊어 보는 것도 좋고, 커피를 줄여보는 것도 좋습니다. 한 끼만 해 보는 것도 좋고, 시간을 정해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금식하는 것도 좋습니다.

  3. Set Reminders: 휴대폰 알람이나 리마인더를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시간을 정해 잠깐이라도 기도할 수 있고, 그 시간에는 잠시 일을 쉬고 지금 내 삶 가운데 일하시는 하나님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핵심은 지금 내 삶에 break 를 선언하는 것입니다. 잠시 밖에 나가 산책을 해도 좋고,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구약과 신약에서 영(spirit)을 뜻하는 단어는 바람 혹은 숨을 뜻하기도 하거든요. 내 삶에 잠시 숨 쉴 틈을 만드는 일도 또 새로운 바람을 맞아들이는 일도 분명 하나님의 영을 느끼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4. 용서하기: 십자가는 예수님이 겪으셨던 배신과 희생을 뜻합니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고 마음을 상하게 했던 사람들이 있는데요. 사순절은 이들을 용서하고 우리 마음을 정리하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굳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서 ‘이제 용서한다'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마음에 응어리 진 것들을 풀어내고 그 사람들을 보내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들이 했던 말이나 행동을 이제 그만 묵상하고, 그 자리에 하나님이 일하실 공간을 만들어 보세요.

  5. 사랑하기 & 감사하기: 동양인들은 말로 '사랑한다' 표현하는 일에 인색하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동양 문화는 말보다 행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사순절 기간 동안 작정하고 더 사랑한다 감사하다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예수님 사랑합니다. 새로운 하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 해 보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고맙다' ‘사랑한다'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하나님께서 그 안에 더 큰 감사의 제목과 사랑을 부어주실 줄 믿습니다. 

돌아오는 수요일은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음… 얘기해야 할 것이 많네요. 먼저 사순절(四旬節, Lent)은 문자 그대로 40이라는 뜻입니다. 부활절 이전의 40일을 가리키며, 주일은 포함하지 않습니다. 여섯 번의 주일을 포함하면 실제로는 46일간의 기간입니다(주일이 빠진 이유는 매 주일이 작은 부활절이기 때문입니다). 초대교회는 이 기간 동안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기억하며 경건과 절제의 기간으로 지켰습니다. 사순절은 특별히 부활절에 행했던 세례를 준비하는 기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금식과 기도, 말씀 묵상과 봉사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사순절의 첫 날이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고대의 관습 때문입니다. 성경에도 슬픔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옷을 찢고 머리에 재를 덮어쓰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옵니다. 이런 관습이 예배의 요소로 발전해서 재를 물에 개어 이마에 바르는 의식이 되었습니다. 집례자는 참가자들의 이마에 잿물로 십자가를 그려주면서 “Remember you are dust, and to dust you shall return.”이라고 말해 줍니다. 죄 짓고 동산에서 쫓겨나는 아담에게 하나님이 주셨던 말씀입니다(창 3:19). 


아담의 이름은 히브리어 아다마(אדמה)에서 왔습니다. 흙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담의 영어 이름은 사실 Clay 라고 해야 맞습니다(쿨럭 쿨럭). 하나님의 준엄한 말씀이지요. ‘너는 내가 준 생명의 숨결 없이는 흙에 불과하단다.’ 죄를 짓고 하나님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던 인간에게 주신 경고의 리마인더였습니다. 사순절 46일은 우리가 흙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백하고 다시 회개의 자리로 돌아가는 기간입니다. 단지 흙먼지에 불과한 우리를 위해 주님은 십자가에서 물과 피를 흘려 주셨습니다. 그래서 사순절은 슬픔의 절기이면서 감사의 절기입니다. 고난에 동참하는 절기이면서 기쁨을 회복하는 기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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