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칠 수 있다"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뭔가 하나에 미쳐서 열심히 하면, 반드시 내가 세운 목표에 도달한다. 미친다는 뜻이다. 말놀이라고도 불리는 언어유희다. "사고를 쳐야 사고(思考)가 생긴다." 앞의 사고는 교통 사고할 때 사고이고, 뒤의 사고는 생각할 때 사고이다. “꿈꾸는 동안은 모두가 동안(童顔)이다” 같은 말도 좋은 예이다. [1]
예레미야 20:1-6 말씀은 흡사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바스훌이란 사람이 예레미야의 예언을 듣는다. 성전의 경비대장 이었거나 고위 종교 지도자 (20:6, “너의 거짓 예언") 였을 것인데, 유다의 멸망에 관한 예레미야의 예언에 속된 말로 꼭지가 돌았다. 예레미야를 잡아다 때리고 나무 고랑에 채워놓았다 (6:2). 결박된 채로 밤새 폭행과 조롱을 당했다. 거의 반 죽음이 된 상태로 하루를 놔두고, 그 다음날 바스훌이 다시 와서 예레미야에게 말했을 것이다. 상상 가능한 가장 거만한 태도로, 예레미야의 턱을 잡고 얼굴을 들면서, “예언자 양반, 그 입 함부로 놀리다가, 진짜 죽는 수가 있어… 이번엔 우리 애들이 몸만 풀었는데, 다음번엔 이렇게 안 끝날거야. 알아서 처신해.”
고개를 들 힘조차 없는 예레미야였다. 터진 입술에 피가 고인 채로, 연신 기침을 하면서, 예레미야 입을 연다. “이름이 바스훌이라고 했소? 하나님이 마구르로 바꿔 주실거요.” 반전을 암시하는 기가 막힌 언어유희다! 히브리어 발음상으로 “파스후르 (바스훌)”이고, “풍요로 둘러싸인"이라는 뜻이다. 예레미야가 새로 준 이름은, “마구르" “사면에 덮인 공포, Terror on every side” 라는 뜻이다. 주변을 둘러 풍요가 가득했던 파스후르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마구르의 시대가 올 것이다. 공포가 사면에서 유다를, 또 교만한 바스훌과 그의 가족들을 덮을 것이다. [2]
“보라 내가 너로 너와 네 모든 친구에게 두려움이 되게 하리니 그들이 그들의 원수들의 칼에 엎드러질 것이요 네 눈은 그것을 볼 것이며 내가 온 유다를 바벨론 왕의 손에 넘기리니 그가 그들을 사로잡아 바벨론으로 옮겨 칼로 죽이리라. … 바스훌아 너와 네 집에 사는 모든 사람이 포로 되어 옮겨지리니 네가 바벨론에 이르러 거기서 죽어 거기 묻힐 것이라” (20:4-6).
하나님의 뜻은 정해졌다. 회개하지 않으면 유다는 망한다. 그런데 하나님의 뜻을 대적하는 무리들이 있다. 예레미야의 입을 다물게 해서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지 못하게 하려는 세력, 백성의 귀를 막아버리려는 이들이 있다. 하나님이 이들에게 응답하시는 방식을 보라. 말놀이, 언어유희다. 악이 충만한 세상을 향한 선포하시는 하나님의 자신감이다.
“어찌하여 이방 나라들이 분노하며 민족들이 헛된 일을 꾸미는가 세상의 군왕들이 나서며 관원들이 서로 꾀하여 여호와와 그의 기름 부음 받은 자를 대적하며 우리가 그들의 맨 것을 끊고 그의 결박을 벗어 버리자 하는도다” (시 2:1-3). 이어지는 야훼 하나님의 응답을 들으라. “하늘에 계신 이가 웃으심이여, 주께서 그들을 비웃으시리로다!” (2:4).
예수님의 가상칠언 중 마지막 말이었던 tetelestai 에서도 같은 자신감이 느껴진다. 영어로는 보통 “It is finished” 라고 번역되는데, 간단히 옮겨보면, “끝났다”라는 말이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과 여인들도 예수님의 고개가 마지막으로 떨구어지는 것을 보면서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이제는 다 끝났다…” 예수님을 어떻게든 잡아 죽이려 했던 이들, 예수 운동을 가장 악랄하게 방해했던 이들도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이제는 다 끝이다, tetelestai.” 주님 스스로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It is finished."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분이 전해주셨던 어떤 말씀보다 더 강력하고 분명하게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예수의 주 되심을 증거하고 있다. 십자가 상의 죽음은 영광의 부활로 옮아가는 통로였을 뿐이다. 그리스도를 대적했던 이들의 눈에는 다 끝난 것이었다. “아 이제는 끝났다. It is finished.” “이제는 발 뻗고 잘 수 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하나님의 같은 응답이었다. "끝났다." 죽음이 지배하던 세상, 사람들이 죄에 종노릇하던 시대는 끝났다. 분열과 반목으로 갈라진 시간도 끝났다. 옛 질서는 끝났고, 새로운 질서가 도래했다.
“하늘에 계신 이가 웃으심이여, 주께서 그들을 비웃으시리로다!”
[1] 생태학자 유영만 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ecologist&logNo=220652673396&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
[2] WBC 성경주석 26 예레미야 (상), 474-75.